부산 시립미술관 전시가 바뀔 때마다 방문하면서 겸사겸사 미술관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코스요리 레스토랑 두 곳 중 항상 망설이게 됩니다. 하나는 프렌치 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는 르꽁비브이고, 다른 하나는 한식 오마카세 미락 슈퍼입니다. 개인적으로 점심은 미락 슈퍼, 저녁은 르꽁비브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 날도 점심으로 방문하였는데요, 캐치 테이블 앱에서 예약 가능하며 예약금이 있습니다. 예약금은 방문 시 환불됩니다. 식사 비용은 50,000원대 정도이며 식재료에 따라 융통성 있습니다.
뿌리 버무리
위 사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애피타이저인 뿌리 버무리입니다. 마, 우엉, 더덕 등 뿌리채소와 함께 10,000원을 추가하면 자연산 송이버섯과 육회가 같이 제공됩니다. 최소한의 소금 알갱이와 함께 씹으며 식재료 고유의 맛을 즐기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스푼으로 먹습니다. 그러면 저 뿌리들 사이에 숨겨진 각종 장치들이 더해져 마지막엔 강렬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채새우 완자
부채새우를 비롯하여 한국의 서로 다른 바다에서 잡힌 다양한 종류의 새우들로 완자, 새우구이, 비스크 소스가 나왔습니다. 식감이 단단한 것은 구이로, 부드러운 것은 완자로, 맛이 진한 것은 비스크 소스로 각 재료들을 어떻게 하여야 가장 맛있게 요리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요리였습니다.
가마솥밥, 돼지고기 5종
미락 슈퍼의 셰프님은 가장 맛있는 쌀을 찾기 위해 대한민국을 돌아다닙니다. 이번에 맛본 밥은 신동진 쌀을 사용했습니다. 꼬들꼬들해서 밥만 먹어도 참 맛있었습니다. 살짝 매운 송이 된장국과 젓갈, 회향으로 만든 장아찌도 예술이지만 이곳의 돼지고기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입니다. 부위에 따라 숯불과 팬에 구워 나오며, 사진은 숯불에 구운 것입니다. 저는 솔로 다이닝을 즐기는데, 혼자 방문하면 노골적으로 저를 면구스럽도록 만드는 레스토랑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사실 식사가 편치 않고 때때로 도전의 개념이 될 때도 있는데요. 이곳에 처음 방문했을 때 셰프님께서 "저희는 혼자 오시는 분께는 최대한 많이 드립니다. 드시다가 남겨도 괜찮습니다."라고 말씀하셔서 그 배려와 존중의 말에 굉장히 감동을 받았습니다. 다시 요리 이야기로 돌아가서, 돼지고기 오른쪽에는 같이 곁들일 감자튀김이 있었는데, 식감이 일반적인 튀김과는 조금 달라 여쭈어 보니 감자를 3일 동안 찌고 튀기고를 반복하여 만든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제가 파인 다이닝을 현대미술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 메인 요리에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옥수수 크림 브륄레
약 한 달 반마다 메인 요리까지는 예측 불가능하지만 디저트만은 고정되어 있습니다.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옥수수 크림 브륄레가 그리워지면 미락 슈퍼에 가면 되니까요. 화려하진 않아도 항상 변치 않는 기분 좋은 달콤함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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