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뵙습니다. 바쁜 일이 한 가지 끝났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입니다. 5월에는 2주 간 스페인 학회를 갑니다. 스페인에서도 맛있는 걸 먹고, 여행한 것을 기록할 예정입니다. 드디어 이 블로그가 미식, 예술, 여행 세 가지 이야기를 전부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거지요.
이플 다이닝은 매 시즌이 기대됩니다. 지난번 장전동에 새로 오픈하였을 때는 스토리텔링 없는 코스요리였지만, 2월부터 3월 말까지 진행된 열한 번째 에피소드는 길거리 음식을 테마로 한 코스입니다. 셰프님께서 이플 다이닝의 색깔을 정하기 위하여 계속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현재는 7시 30분 이후 단품 요리를 제공하는 와인바도 하고 있습니다.
초밥, 미트파이, 츄러스
첫 번째 사진 상단 세 가지 요리입니다. 초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생선 초밥에서 벗어나 생선 대신 딸기를, 고추냉이 대신 오이를, 밥알 대신 한치를 사용했습니다. 맛의 조화가 뛰어납니다. 아무래도 한치가 밥알처럼 끈적이진 않다 보니 손으로 한 번에 집어 먹기는 힘들었지만 이플 다이닝에서 나온 한치 요리는 전부 맛있었습니다. 매번 한치 요리가 나오면 '한치로 이런 요리를?'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미트파이는 고기, 피클, 잼이 든 다양한 맛이 나는 파이, 츄러스는 사진에서 보이는 항아리에 든 쪽지로 요리 설명을 대신하였는데, 그래서 맛을 일찍이 기록하지 않아 잊어버린 게 아쉽습니다.
타코, 만두, 고기 국수
두 번째 사진이 타코입니다. 바닥엔 유자 소스, 감자 퓌레와 계란, 오리 다리살 리에트, 깻잎과 어린잎을 올린 요리. 토르티야에 싸 먹는 전형적인 형태가 아니라 멀리서 보면 타코 같은 전혀 다른 요리가 나왔습니다. 재미있었어요.
만두는 첫 번째 사진 하단 왼쪽에 있는 요리입니다. 양파를 오래 볶아 단맛을 내고 시금치와 견과류를 올린 자작한 국물에 크림치즈와 반숙 계란을 얹은 라비올리입니다. 오래 볶은 양파의 단맛이 굉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기 국수는 첫 번째 사진 왼쪽에 있는 파스타입니다. 초리조와 페코리노 치즈를 넣어 고소하고 진한 맛의 고기 국수였습니다.
프렌치 랙, 탕후루
메인인 양갈비입니다. 이베리코 프레사와 프렌치 랙 중 선택 가능하며 프렌치 랙은 만원 추가금이 있었습니다. 소스는 흑마늘 소스이며 양갈비에 허브 크러스트를 묻혀 겨자 잎과 함께 나옵니다. 굽기도 적당했고 셰프님께서 만화 고기라고 하셔서 재미있었습니다. 탕후루는 첫 번째 사진 하단 오른쪽에 있는 과일과 함께 나온 설탕 코팅된 아이스크림입니다. 무난하게 맛있었습니다. 따뜻한 페퍼민트 차와 함께 제공되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혼자 식사를 즐기지만 이 날은 지인과 함께 왔습니다. 예전에 해외 학회에 함께 다녔던 선배인데, 저와 달리 선배는 음식을 즐기지 않아 타지에서 식당에 갈 때 굉장히 많이 싸웠습니다. 음식을 혼자 먹게 된 것도 실은 9할 정도 이 선배가 원인이었어요. 몇 년 만에 다시 보게 되어 선배에게 결코 잊지 못할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서 이플 다이닝에 모시고 갔습니다. 하루 더 살기 위해 영양분을 섭취하는 게 아닌 요리를 보고 먹는 것 자체가 예술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요.
역시 혼자 먹을 때에 비하여 음식 맛을 기억하지 못하고 집중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상대방이 새로운 요리를 먹어 보고 기뻐하는 것을 보니 저도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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